요즘 필사를 하며 '혼자 공부하는 시간의 힘' 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나름 꽤 유명한 베스트셀러인 것 같다. 허술한 재테크 책은 참 싫어하고 몇장만 읽어도 책의 퀄리티를 느낄 수 있는데 이 책은 상당히 내용의 수준이나 퀄리티가 높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책읽는 원숭이'라는 익명의 작가인데 일본인인 것 같다. 자기를 드러내기 싫은 힘을 감춘 능력자 인 것 같다. 은둔의 고수같은 낭만을 원하는건가? ㅎ 어쨌거나 그가 기술하고 있는 내용과 테크닉들이 꽤 정밀하고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다. 물론 실패를 역이용하는 내용은 나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 중에 가장 내가 공감하는 부분은 '중급의 벽' 이었다.
항상 내 한계는 중상급이라고 생각해 왔다. 나의 삶의 모든것이 85점, B+에 멈춰져 있는 것 같다.
참 애매한 상태... 나는 중급의 벽을 번번히 넘지 못하고 포기하는 인생을 살아온 것 같다.
왜 그랬을까? 나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했다고 자부하기도 했는데 말이다.
이 책에서 조금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래 책 내용을 앞으로 계속 읽으면서 정진해 나가야하겠다.
끝까지 지속하지 못하고, 좌절하는 사람들, 즉 대부분의 사람이 떠올리는 성장 곡선은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직선이다.
하지만 그건 현실과 다르다. 처음에는 노력이나 학습시간에 비례해서 직선 궤도로 성장하는 것 같지만, 결국 속도는 느려지고 성장곡선은 완만해진다. 나쁘게 말하자면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어학 공부에서 흔히 발생하는 '중급의 벽'이다.
사람은 자신이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지가 아니라, 자신이 정한 기준보다 실력이 늘었는가 줄었는가에 일희일비하는 존재다. 직선 성장을 기준으로 삼으니 성장이 둔화하면 마치 악화나 손실인 것 처럼 느낀다. 실제로는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학습의 가성비만 따진다면, 공부를 했는데도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는 시기가 오면 패닉에 빠지게 된다. 공부에도 초심자의 운 같은 게 있어서, 처음 시작했을 때 방식이 우연히 잘 맞아서 신기하게 쑥쑥 실력이 느는 경우가 있다. 무엇보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니 아주 작은 성장에도 과하게 기뻐하고 공부가 점점 재미있어진다. 이로인해 동기부여와 노력이 선순환에 들어서기도 하고 스스로가 똑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은 고꾸라진다. 초심자 운은 초심자가 도달할 수 있는 곳까지만 허락된다. 성장은 점점 느려지고 계속 노력하는 것 같은데도 발전이 없어진다.
그렇다면 '중급의 벽'은 어떻게 해야 넘어설 수 있을까?
방법은 하나, 지속하는 것 뿐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공부 방식이나 학습시간도 바꾸지 않는 게 좋다. 마음만 급해서 공부시간을 늘려도 일시적이라면 모를까 오래가기 힘들다. 공부 방식을 바꿔 또 초심자의 운 효과를 얻게 되면, 매번 학습법을 요리조리 바꾸고 싶은 유혹을 떨쳐 버리지 못하게 될 수 있기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중급의 벽에 맞닥뜨려 발길을 되돌리고 마침표를 찍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무엇이건 마찬가지지만 배움을 이어간다는 건 그것에 쏟아붓는 시간만큼 다른 무언가를 꾸준히 포기하는 일이다. 독학을 포기한다고 해도 그것은 자신에게 더 중요한 무엇인가가 있었다는 뜻이다.
배움은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은지 깨닫는 일이며, 익숙해질 수 없다. 결국 오래 배움을 이어간다는 건 그만큼 오랫동안 자신의 무지에 직면하는 일이고, 배움을 더 깊이 정진한다는 건 그만큼 깊이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하는 일이다.
중급의 벽을 넘어서서 나아가는 사람은 대부분 쏟아붓는 노력에 부합하는 것을 얻지 못하거나, 더 편하고 득이 되는 선택지가 있다고 해도 더 깊은 배움을 포기하지 못하는 '바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재능의 한계가 보이거나 슬럼프에 빠지고, 풋내기가 성큼성큼 자기를 앞질러 간다 해도, 병이나 사고 따위로 그때까지 얻은 많은 것을 잃어도, 배움을 멈추지 못하니까 이어가는 것이다. 가성비를 따져도 답을 내지 못하니 바보이고, 줄기차게 바보임을 자각할 수 밖에 없으니 지독한 자괴감도 견뎌야 한다. 하지만 그런 바보만이 중급의 벽을 초월해 다른 수준의 세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