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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존재

아버지와의 시간

코로나 확진으로 1주일 치료를 마친 아버지를 모시러 보라매공원 근처에 있는 요양병원으로 갔다.

코로나때문에 면회가 금지되어 병원에서 요양원으로 이송할 때를 기회로 정말 오랫만에 보는 것이다. 

10분 정도 기다려 병원 앞에서 휠체어를 타고 온 아버지를 보았다.

그새 또 많이 수척해지시고 쇠약해 진 모습에 안쓰러웠다. 

내가 먼저 알아보고 손을 흔들었더니 아버지는 눈을 크게 뜨고 반색했다.

차에 태워 오랫만에 손도 만져보고 눈도 맞추었다.

볼 때마다 달라지는 상태에 내맘이 아리다.

요양원으로 복귀하기 전에 차안에서 벚꽃도 구경하고 살던 집 주위를 돌면서 여기 기억나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발음이 부정확해서 의사소통이 조금 힘들었다.

그래도 밖에 나와 봄의 따뜻한 바람의 쐬니 조금은 행복해 보였다.

요양원에 있는 기간에도 항상 행복하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하던 분이었는데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다....

 

살아있는 자체를 행복하다고 느끼는 우리 아버지

 

아버지는 내가 어릴 때 누구보다도 활기차고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갖고 있던 사람이었다.

술과 사람을 좋아하고 유머감각도 넘치며 주위사람들에게 잘했던 사람

가족들에게 살갑지는 않았지만 성실했고 책임감과 의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항상 긍정적이고 비관하는 일이 없었다.

청소년시절 잠시 아버지에게 반항도 했지만 한번도 공부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일과 사업에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사실 그 시대 모든 아버지들처럼 아들과 큰 정서적 교류는 없었지만

한 사람으로서 참 좋은 분 이었다.

 

아.... 아버지와 함께 했던 세월이 정말 이렇게 다 지나갔구나

 

요즘 들어 더욱 함께 할 날이 얼마 안 남았구나 하는 느낌이 더 강하게 조여온다.

그럴 때 마다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두려움에 휩싸이는 데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언제가 될지 남아 있는 시간 더 잘 해드리고 자주 보고 싶지만 코로나가 2년째 우리를 막고 있다.

참 아까운 시간인데 어떻게 해야할까,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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